힘든 시절을 겪어 본 사람이 더 크게 성공한다.

다문화방송신문 발행인 동국스님

2021-12-03     유정민기자
다문화방송신문

 

세상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밥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직장인의 10%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주식이나 부동산을 공부하고 새벽에는 배달서비스 투잡을 뛴다고 한다. 은퇴하면 벼락거지가 된다는 말도 떠돈다. 


어느 시인은 '사람은 달팽이처럼 집을 등에 업고 산다'고 썼다. 정녕 우리가 짊어진 것은 비단 가족, 재물과 명예만이 아니다. 나와 연관된 모든 것들, 가령 책임, 사랑, 미움, 갈등이 다 짐인 것이다. 사람은 나를 둘러싼 이 굴레에 단단히 갇혀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틀 밖으로 뛰어 나올 방법을 찾지 못한 까닭이다.

 

‘밥 먹고 산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사실 밥은 현실에서 단순히 살기 위한 수단이나 목표가 돼버린지 오래됐다. ‘어떻게든 먹어야 산다’는 말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밥’이 생명을 지속시켜주는 원인이 아니라 수단이 될 때 진정한 삶의 의미는 상실해버린다.


식욕은 절제하지 않으면 도리어 종속돼버린다. 영적인 망상에 사로잡혀도 식욕장애가 올 수 있다. 인간은 본래 ‘무언가 채워지지 않을 때’ 인생의 허무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채움을 일깨워주는 삶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 가령 죽음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살아났다면 자신의 인생에 큰 영적 의미가 부여되는 것처럼 말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라는 말에는 우리가 짊어져야 할 굴레가 표현돼있다. 순전히 먹고 사는 것에만 얽메이면 죽도 밥도 안된다. 그 안에서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찾는 눈을 가져야 한다. 


불교는 모든 문제의식을 ‘고통’에서 출발한다. 고통을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곧 의문의 시작이다. 경전에 보면 ‘일체개고(一切皆苦)’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무지하여 모든 것이 다 고통으로 느껴진다는 뜻이다. 무지란 곧 무명(無明)을 의미한다. 한 점 빛도 없는 어두운 길에 들어서면 누구나 발을 떼기 쉽지 않다.

 

인생을 살면서 고통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고통이 온다고 그때마다 낙심하고 절망에 빠지면 안된다. 고통은 언제든 찾아오게 마련이고 그것을 내 삶의 일부로 여기고 인내하며 사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삶의 목적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의미를 찾는데 있다.  


고통은 실제로 있는 것이 아니다. 내 마음이 그렇게 존재한다고 믿는 것일 뿐이다. 믿음이란 큰 힘을 갖고 있다. 마음에서 믿어버으면 그것이 생겨버리는 까닭이다. 고통은 실재하지 않은데 인간의 잘못된 인식과 경험으로 인해 나타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고통에서 벗어나려면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고통은 살면서 누구나 겪게 되어 있다. 원해서 오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인생의 법칙에는 생극(生剋)이란 것이 있어서 고통이 있으면 보상도 있다. 혹독할수록 나 자신은 더 강해진다. 시련을 잘 견디면 영적 성숙을 이뤄낼 수 있다. 힘든 시절을 겪어 본 사람이 더 크게 성공한다. 

 

붓다가야사 주지 동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