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스님 칼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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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스님 칼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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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04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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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방송신문 발행인, 다문화연꽃봉사회 이사장, 붓다가아사 주지 동국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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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영화 ‘명당(明堂)’이 인기였다. 조선의 풍수를 소재로 인간의 탐욕을 그려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세자의 묘터로 흉지를 주청하는 김좌근의 한 대사가 떠오른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화무십일홍은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말이다. 한 번 성한 것은 얼마 못가서 반드시 쇠하게 되어 있음을 비유했다. 권불십년(權不十年)도 같은 뜻이다. 십 년가는 권세가 없고 부귀영화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법이다. 

화무십일홍은 9백년 전 송나라 때 시인 양만리(楊萬里)가 ‘석전월계(腊前月季, 동지 섣달 월계화 앞에서)’라는 시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저 꽃이 피어야 열흘이라 하건만, 이 꽃은 봄날 봄바람이 따로 없구나” (只道花無十日紅 此花無日無春風). 월계화는 5월부터 가을까지 붉은빛 꽃을 피우는 중국 장미다.

흔히 인생사는 게 덧없다는 말로 인생무상(人生無常)이라는 말을 쓴다. 불가에서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란 말을 자주 쓴다. 열반경(涅槃經)에 나오는 문장이다. 해가 뜨면 반드시 지고, 사람이 나이 들면 늙고 죽는다. 달은 차면 기우는 법이다.

어느 것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이것이 무상이다. 제행무상의 행(行)은 사물의 변화와 움직임이다. 이렇게 세상은 변하는 것이 이치인데, 사람은 그것을 붙잡으려 하니 당연히 힘겨운 것이다. 

불가에서는 현실세계를 ‘허상(虛像)’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다면 한 평생 돈과 욕망만을 쫒아 쌓은 것이 얼마나 허망한가. 살다보면 실체가 없는 허상이 온갖 형상으로 나타나서 사람들은 그것에 집착하게 되고 괴로움이 생긴다. 갖고 싶은 물건이나 재물에 너무 마음을 두면 남과 비교하는 생각에 욕심은 점점 커지고 만다. 

중생은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존재다. 고통 속에 고뇌이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현실임을 알게 된다. 지금이 꿈 속인가 혹은 꿈이 현실인가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있을 것이다. 어리석은 중생은 꿈 속에서 영원히 깨어날 줄 모르고 살아간다. 영원하지 않은 것은 겉모습일 뿐 실체가 아니다. 허상을 넘어서 실체를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제행무상을 올바로 이해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지혜(智慧)의 ‘지’는 ‘슬기 지(智)’ 자다. 슬기는 살면서 배워서 축적하는 ‘지식’과는 다른 것이다. 공부해서 얻은 지식을 실천으로 옮기는 능력이 지혜다. 

제행무상은 우리 삶에서 ‘변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해준다. 각박한 현실을 살아가기 위해서 자신을 끊임없이 가꾸고 바꿔야 한다. 대학(大學)에는 이런 글이 있다. “날마다 새로워지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퇴보하게 되어 있으니,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여 늘 새로워져야 할 것이다.” ‘새로움’은 군자의 필수 덕목 중 하나다. 은나라를 세운 탕(湯)왕의 세수대야에는 ‘진실로 날로 새롭게 하고, 나날이 새롭게 하며, 또 날마다 새롭게 하라’는 글이 새겨 있다고 한다. 

변화를 두려워하면 도태되어 결국 퇴화하고 만다. 어떻게 삶을 살 것인가의 문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기업은 혁신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뒤 떨어진다. 변화가 없으면 정체되어 소멸할 수밖에 없다. 그 반대가 안일이요 복지부동(伏地不動)이다. 사람의 마음은 연약하여 대상에 익숙해지면 안일함과 타성에 젖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혜의 눈은 늘 깨어 있어야 한다. 

코로나19이전에는 전국에 꽃축제 준비로 한창일 때다. 예쁜 꽃도 열흘이면 시들기 시작하고, 명예와 재산은 인연따라 언젠가는 사라지고 만다. 지혜의 눈으로 제행이 무상함을 바르게 보는 식견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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